
8일 오전 10시 30분 제주 시내 한 렌터카 업체. 평소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일요일 오전 시간이지만 건물 안팎이 텅 비어있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주말 동안 봄 시즌 제주 여행을 한 관광객들이 공항으로 가기 전 차를 반납하려 몰려 북적였다. 주차장에는 여기저기 번호판이 떼어진 렌터카가 모여있다. 이 업체가 보유한 285대의 렌터카 중 100대의 렌터카가 번호판을 떼어내고, 휴지 신청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코로나19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자 덩달아 렌터카 이용도 줄어서다. 제주도내 대여사업체 휴지 신청 물량은 1280대에 달한다. 이중 렌터카는 650대가 휴지를 신청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휴지 기간은 1년 이내에 하게 돼 있다. 이번 신청한 업체들은 주로 3~6개월 정도의 휴지 기간을 설정했다. 업체들이 휴지 신청을 하는 것은 휴지하게 되면 해당 차량의 보험료가 휴지 기간만큼 감면돼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렌터카 업체는 보통 차 한 대에 매달 5만~1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낸다.

나머지 휴지 신청을 한 건 전세버스다. 도내 전체 등록대수 1882대 중 33.4%에 달하는 630대가 휴지 신청한 상태다. 가장 주된 이유는 전세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봄철 수학여행 예약이 대거 취소됐기 때문이다. 제주도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90%나 줄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 전체가 고사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렌터카와 전세버스 운용률이 급감하자 연관 업계도 울상이다. 자동차 수리업체 매출이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차량 운행이 감소하면서 주유소와 LPG 충전소 등도 매출이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업계의 불황도 가중되고 있다. 2~3년 전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 도입에 대한 반발로 주 고객인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 이번 사태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무사증 입국이 중단된 지난달 4일부터 비상 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지역 외국인 전용 카지노 8곳 중 2곳은 휴업을 해 내부 개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 대형 관광업체 관계자는 “무사증 입국이 중단되기 전만 해도 들어온 중국인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을 겨우 이어갔으나 중단 기간이 한 달이 되면서 개점휴업 상태”라며 “덩달아 내국인 관광객까지 줄어, 직원은 700명인데 하루 손님은 70~100명밖에 안 된다”고 했다. 외국인 면세점도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하락했다. 이달 들어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2주마다 무급휴가를 보내는 곳도 있다. 제주도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오는 6월까지 계속되면 최대 350만명(연간 기준)의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 금액은 1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제주관광산업의 매출 규모 6조5000억원의 23%에 이른다. 제주에는 한 해 1500만명이 찾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제주 무사증 제도가 중단된 지난 2월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58만864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6만4019명에 비해 44.7%나 줄었다.

이 기간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만5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2790명보다 81.8%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은 1868명으로, 지난해 6만8126명에 비해 97.3% 줄었다. 이 기간에 1일 평균 중국인 관광객 수는 66.7명에 그쳤다. 지난해 2956명 대비 2.3%에 그쳤다. 8일 오전 현재 제주도내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4명이다. 이 중 2번째 확진자인 서귀포시 한 호텔 직원 A씨(22·여)가 완치 판정을 받고 7일 오후 퇴원해 현재 제주대학교 병원 음압 병상에서 격리 치료 중인 확진자는 3명이다.
출처:중앙일보